얼마 전, 아는 선배와 문자를 하다 10시쯤 무의식적으로 잠에 들어 버렸다.
그러다 문득 눈을 떴더니, 불이 켜져 있던 방에 불이 어느새 꺼져 있었다.
부모님은 그 날 집을 비우셨기 때문에 [여동생이 껐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목이 말랐기 때문에 나는 불을 켜지 않고 방을 나와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우롱차를 마시고,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정확히 새벽 3시.
그러자 문득 어제 방을 치우지 않고 잤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대로 방에 돌아가 불을 켜고 나는 깜짝 놀랐다.
방에 있는 인형이라는 인형은 모두 뒤집혀 있는 것이다.
포즈가 좋지 않아 거꾸로 세울 수 없을 것 같은 인형도, 여동생의 손이 닿지 않을 높은 곳에 있는 인형도 모두 뒤집혀 있었다.
당황한 나는 왠지 기분이 나빠져서 인형을 모두 원래대로 돌려놓고 그냥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기분은 나빴지만 이상하게 바로 잠에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꿈을 꾸었다.
폐공장 같은 곳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무엇인가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무엇이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잡히면 안된다는 생각에 나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숨이 차오르는 괴로움이나, 계속 달리다 보니 느껴지는 목 안의 열, 폐의 쓰라림까지 모두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계속 달리고 있는데 문득 음악이 들렸다.
[...아, 이건 내 자명종 시계의 음악이다!]
[음악이 들려오는 쪽으로 가면 일어날 수 있다!]
직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음악이 들려오는 쪽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그 소리가 새어 나오는 문을 찾았다.
[됐다, 이 문만 열면...!]
그렇게 생각한 순간, 목덜미를 누군가에게 꽉 잡혀서 숨이 마구 차오르기 시작했다.
[위험해, 잡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동시에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멍하니 시계를 보니 시간은 6시 반이었다.
...제대로 달아난 것일까?
잡혔었지만... 빠듯하게 세이프인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안심하고 눈 앞을 내려다 봤다.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손에는 엄청나게 땀이 차 있었다.
우선 나는 이불에 땀을 닦았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내 이마 근처에 그림자가 비쳤다.
이상하다.
비스듬하게 내 위 쪽에서 비쳐온다.
...무엇인가 있는걸까?
보면 안된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움직이지 않고서는 도저히 배길 수가 없었다.
무서워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도저히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심장도 미♡듯이 뛰고 있었고,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용기를 내서 위를 올려다 보았다.
혹시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가까운 곳에 상대의 얼굴이 있어서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딱 그런 느낌이었다.
엄청 가까운 곳에 왠 아저씨의 얼굴이 있었다.
눈에는 잔뜩 핏발이 서 있고, 눈꺼풀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잔뜩 눈을 치켜뜨고 있었다.
나는 겁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고 이렇게 말했다.
[도망치지 말라고.]
...그 이후에는 아마 기절했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침 8시였다.
이미 학교는 완전히 지각이었다.
나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을 닦으며 나 자신에게 [그건 꿈이었어.] 라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렇지만 이마의 땀을 닦은 손을 보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내 손에는 피가 흠뻑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출처: http://vkepitaph.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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