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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들은 이런 누나 없지? -7편-
레벨 M 관리자
조회수 : 1102
https://goo.gl/drShQx 주소복사

 

1 :1 :2007/12/18(火) 19:53:41.02 ID:mk7yZ7Vf0


사룡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남동생이야.


후일담을 이야기할까 해서 왔어.





2 :1:2007/12/18(火) 19:55:12.91 ID:mk7yZ7Vf0


누나의 결혼도 얼마 안 남았네.

후일담이라고는 했지만, 새로운 사건을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될 것 같다.




4 :1:2007/12/18(火) 19:55:57.98 ID:mk7yZ7Vf0


신청스레 다들 기억해?

그 스레가 끝내고 나서, 약속대로 술을 마시러 갔어. 

아키라가 먼저 나와 있었다.

약속을 잡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대강 알려줬어.


아키라 : 괴롭지?

아키라가 말했다.

딱히 말로 대답하지는 않았다.




5 :1:2007/12/18(火) 19:56:33.60 ID:mk7yZ7Vf0



료타도 곧 왔다.



셋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지만, 이상하게 술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음.

그래서 그냥 돌아와서 셋이 게임이나 했다.



문득 궁금해진 나의 질문.



나 : 너희들 내가 세운 스레 읽었어?

료타 : 응ㅋㅋ 읽고 왔어ㅋㅋㅋ

아키라 : 난 아직.

나 : 너 게이라고 써놨다ㅋㅋㅋㅋㅋㅋㅋ

료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키라 : 뭐 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 :1:2007/12/18(火) 19:57:21.32 ID:mk7yZ7Vf0

다 가명을 썼으니까 가능했던 일. 웃어넘겨줬다.



아직 못 읽었다길래, 컴퓨터로 아키라한테 스레를 보여줬다.



아키라 : 역시 다시 봐도 기분 나빠.


료타도 다시 스레를 보면서, “고생 많았어.” 하고 말해줬다.





9 :1:2007/12/18(火) 19:58:48.51 ID:mk7yZ7Vf0


누나는 곧 결혼을 하게 된다.

시집을 가면, 만날 일도 드물다. 나랑은 관계 없는 사람이 된다.



나 : 이젠 그냥 잊을 거야.

료타 : 그래.



2ch 에 스레를 세우는 건 아키라랑 료타랑 농담삼아 몇 번 했던 이야기인데, 그게 진짜가 되었다.

두 사람은 기분이 어떨지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나는 왠지 쓴웃음이 나왔다.





11 :1:2007/12/18(火) 19:59:13.24 ID:mk7yZ7Vf0


신청으로는 진정한 사죄를 받아낼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건 신청스레에서도 몇번씩이나 나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나 혼자서 끝까지 누나를 질타하고 책망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신청을 받았고 그걸 또 말도 안되게 편집해서 보냈다.

나는 누나랑 제대로 화해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부터 패배하려고 했다. 패배를 예상하면서 신청을 계속 받아서 보냈다.

그리고 생각대로 패배했다. 실제로 누나는 변한 게 없다.



그래도 그편이 속시원했다.




14 :1:2007/12/18(火) 20:00:28.71 ID:mk7yZ7Vf0


아키라 : 소금 뿌리자! 소금!

료타 : 봐, 소금 가져왔어! ㅋㅋㅋㅋㅋ

나 : 임 맠ㅋㅋㅋㅋㅋㅋㅋ 뭐하는거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은 정말 소금을 들고 왔다. 나 몰래 둘이 연락해서 준비했다고 한다.

처음에 소금을 봤을 때는 웃음부터 나왔지만, 



아키라 : 자! 밖에 나가서 뿌리자고!

료타 : 잊어버린다며? 속시원하게 뿌려.



둘이 그렇게 재촉하자 정말로 과거를 잊어버리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근처 놀이터에 가서 소금을 실컷 뿌렸다.

야밤에 놀이터에서 소금을 뿌려대는 남자 셋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렇게 뿌려대고도 소금이 남아서, 돌아오면서 삶은 계란을 사와 소금에 찍어먹었다.




17 :1:2007/12/18(火) 20:02:09.89 ID:mk7yZ7Vf0



삶은 계란을 먹다보니 다시 술 생각이 났다.

정작 밖에서 제대로 마시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제안을 했더니, 아키라도 료타도 동의했다.



가위바위보로 결정된 집보기 역할은 료타.



26 :1:2007/12/18(火) 20:05:36.43 ID:mk7yZ7Vf0



나와 아키라는 근처 편의점으로 술과 안주를 사러 갔다.

가면서 이런저런 말을 했다.



아키라 : 스레 읽으면서 너 아닌 줄 알았다. 그냥 봤으면 너인 줄 몰랐을거야.

나 : 그래? 하긴 누나한테 그렇게 대들어본 건 처음이니까.

아키라 : 그것도 있고... 고정닉 평소에 쓰던거 왜 안 붙였어?

나 : 글쎄. 그러고보니 붙이자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대충 이런 느낌.















29 :1:2007/12/18(火) 20:06:40.45 ID:mk7yZ7Vf0


편의점에서는 술이랑 안주, 그리고 다음날 먹을 아침거리를 샀다.


집에 돌아오니 료타는 목욕중이었다.

사온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중에 목욕이 끝나고 나온 료타.

그 다음은 자기 차례라며 아키라가 날쌔게 들어갔다.



집주인은 난데 어쩜 저렇게 예의가 없을까.







31 :1:2007/12/18(火) 20:07:58.70 ID:mk7yZ7Vf0


료타 : 테츠야, 문자 온 거 같던데?

료타가 내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잠시 정리를 하다말고 핸드폰을 봤다.

문자가 3통 와 있었다.

전부 누나한테서 온 문자였다.






33 :1:2007/12/18(火) 20:09:32.76 ID:mk7yZ7Vf0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당장 보기도 귀찮고, 물건 정리가 끝난 다음에 봐도 안 늦을테니까.



료타 : 누구야?

나 : 누나.

료타 : 정말? 뭐래?

나 : 아직 확인 안 했어. 조금 이따 보려고.

료타 : 기왕이면 보지마. 기분 잡칠걸.



그건 맞는 말이었다.

누나가 보낸 문자가 나한테 기분 좋을 리 없으니까.










38 :1:2007/12/18(火) 20:11:53.76 ID:mk7yZ7Vf0



료타 : 근데 뭐 하길래 그렇게 오래걸려?

나 : 정리 중이야. 편의점에서 사온 거랑, 내일 아침거리.

료타 : 대충 집어넣고 오지? 어서 게임 하자고ㅇㅇㅇ

나 : 도와줄 거 아니면 조용히 있어라ㅋㅋ



정리를 끝마치고, 당장 필요한 술과 안주는 꺼내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아키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료타와 게임삼매경.







47 :1 :2007/12/18(火) 20:15:19.01 ID:mk7yZ7Vf0



잠시 뒤, 목욕이 끝나고 나온 아키라.



아키라 : 뭣들 해? 술 안 마셔?

나 : 아~ 잠시만. 여긴 깨야 돼.

료타 : ㅇㅇ좀만 기다려봐.



나는 누나가 문자를 보낸 게 떠올라서 아키라한테 말했다.



나 : 그러고보니 누나가 문자 보냈다.

아키라 : 뭐라고 했는데?

나 : 아직 보진 않았어.



아키라는 자기가 봐도 되냐고 물어봤다.

나는 별 생각없이OK.





49 :1 :2007/12/18(火) 20:16:41.53 ID:mk7yZ7Vf0

아키라가 핸드폰을 만지는 듯 하더니, 잠시 후 나한테 말했다.



아키라 : 미안. 지웠어.

나 : !?



깜짝 놀랐다.



나 : 뭐라고?

아키라 : 지웠다고.

나 : 무슨 짓이야? 뭐라고 보냈는데?

아키라 : 보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았어. 그러니까 얘기 못해. 미안.


나도 료타도 게임을 하다 말고 멍하니 넋이 나간 채로 있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문자였을까.


아키라 : 니 누나 역시 안되겠어.



아키라가 굉장히 무서운 얼굴을 했다.





52 :1 :2007/12/18(火) 20:18:12.23 ID:mk7yZ7Vf0


잠시 후, 분위기가 매우 진지해졌다.



엄숙한 얼굴로 나와 마주 앉은 아키라와 료타.

둘은 내가 모르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아키라 : 니가 스레까지 세웠으니까 하는 얘기야. 이제 지난 날을 매섭게 돌아보기도 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료타가 입을 열었다.



료타 : 누나가 아키라 형이랑 같은 고등학교였던 건 알고 있지?

나 : 응.

료타 : 아키라 형한테 들은 얘긴데, 누나가 너 소문내고 다녔어.






Wow







놀랐다.



누나한테 더 이상 실망할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충격이었다.






56 :1 :2007/12/18(火) 20:20:28.52 ID:mk7yZ7Vf0


아키라와 료타한테 들은 이야기를 정리하면,



누나는 나를 고등학교에 소문내고 다녔다고 한다.

나는 “무개념인 데다가 중2병에 걸린 동생”이었고, 누나는 “동생의 바보짓을 말리느라 고생하는 불쌍한 소녀” 였다.



누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정상인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모두 누나를 믿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동생이 중2병인데~’ 하고 거짓 이야기를 꾸며 들려주면서 나를 웃음거리로 삼았고,

자기는 그런 동생 때문에 고생하는 것처럼 이야기해 사람들한테 위로받으며 친구를 여럿 만들었다고 한다.



아키라와 료타는, 아키라 형이 어느날 ‘너희들 이상한 애랑 어울리지 마라’ 하고 꾸중을 하길래 알게 됐다고.

둘은 사실이 아님을 열심히 설명해서, 아키라 형에게는 진실을 들려줄 수 있었지만,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어떡하냐. 그 소문 이미 우리 학교에 쫙 퍼졌는데.”





아키라 형에게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그리고 두 사람은 절대로 나한테는 알리지 말자고 맹세했다고 한다.







Wow








59 :1 :2007/12/18(火) 20:21:43.80 ID:mk7yZ7Vf0


그리고 둘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나도 뒤통수를 몇 번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한동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키라 : 미안.
료타 : 정말 미안해.



둘은 사과했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말해야 했다.

나한테 다른 상처를 주기 싫었던 두 친구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으니까.



그렇지만, 그때 나는 충격에 휩싸여 할 말을 잃어버렸다.




64 :1 :2007/12/18(火) 20:22:47.43 ID:mk7yZ7Vf0


아키라 : 테츠야, 결혼식이니 뭐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누나한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들어라. 


아키라가 말했다.


료타 : 곁에서 도와줬던 우리조차 니 누나는 화가 나. 

그런데 당사자인 네가 아무렇지 않을 리 없어.



료타가 말했다.



나 : 누나는 지금도 그러고 다닐까?

아키라 : 니 누나가 바뀌겠냐?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소문내고 있을걸.

료타 : 내 생각에 누나는 자기가 가해자라는 자각이 없는거야. 

오히려 동생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자기라고 생각하는 거지.



누나는 매형한테 내 존재를 숨기고 있었다.

왜인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니, 알았다.



난 누나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나 : 사죄를 받아내야겠어.



 













67 : :2007/12/18(火) 20:23:32.47 ID:hLdAlKxF0



ㅇㅇㅇㅇ사죄를 받아내자!!









69 :1 :2007/12/18(火) 20:24:59.66 ID:mk7yZ7Vf0


이후 아키라가 “잘했어!” 하는 말과 함께 나를 끌어안았지만, 료타와 함께 메다꽂았다.


그리고 셋이서 편의점에서 사온 술을 마셨다.

하지만 이번에도 즐기면서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

마치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결의를 다지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리고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의논했다.






80 :1 :2007/12/18(火) 20:29:16.81 ID:mk7yZ7Vf0


목표가 분명했기에 의논에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먼저, 매형과 누나와 나. 이렇게 셋이 함께 한 상황에서 누나한테 사과를 받아내기로 했다.

실행날짜는 크리스마스로 정했다. 휴일이라 매형이 모이기 쉬울 테니까.

게다가 평소 집에 잘 가지 않는 편인 나도, 크리스마스니까 

얼굴이나 비추러 간다고 하면 그렇게 어색하지 않을 터.

그렇게 대략적인 작전회의는 끝났다.

남은 일은, 크리스마스 전까지 최대한 물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뿐.



먼저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 : 여보세요?

나 : 엄마, 전데요.

엄마 : 전화 좀 자주 하고 살자. 잘 지내니?

나 : 네. 별 일 없고요.



평범한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꺼냈다.

크리스마스에 집에 가도 되냐고 여쭤봤더니, 엄마는 언제든 와도 된다고 하셨다.

이런 식으로 크리스마스에 집에 가는 건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84 :1 :2007/12/18(火) 20:30:47.19 ID:mk7yZ7Vf0


그 후 우리는 증거물을 어떻게 모을지 궁리했다.



아키라 : 소금이나 붕대 어때?

나 : 뭔소리야?

료타 : 알겠다. 당시 상황을 재현하려는 거지?

나 : 야, 그게 무슨 증거가 되냐.



료타 : 내가 무녀복을 만들까? 옛날에 누나는 무녀 행세를 하고 다녔습니다~ 하는 증거로.

아키라 : 오오 그거 좋다! 굿 아이디어다ㅋㅋㅋ

나 : 니들 좀 진지하게 생각하라고ㅋㅋ



한동안은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했다.






92 :1 :2007/12/18(火) 20:33:30.08 ID:mk7yZ7Vf0


그러다가, 증인을 부르자는 말이 나왔다.



아키라 : 증거가 안되면 증인 어때? 아줌마 증언이면 효과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엄마는 거의 이 일에 대해 모르신다.

그리고 결혼 준비로 바쁘신 분이니 결혼에 누가 될 만한 일은 피하려 하실 가능성도 있었다.



나 : 어떻게든 부탁은 드려볼게.



그렇게 말했지만 별로 자신은 없었다.






98 :1 :2007/12/18(火) 20:36:40.56 ID:mk7yZ7Vf0


료타 : 잠깐! 진짜 도움되는 증인이 있어! 증거물도 다수 가지고 있고.

료타가 갑자기 외쳤다.


나 : 누군데?

료타 : 히메 기억나?


순간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메를 증인으로만 데려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그녀는 단순한 증인이 아닌 가해자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니까.


료타 : 증인도 증인이지만, 히메는 너 괴롭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기도 했잖아. 

아직 그걸 가지고만 있다면 가장 좋은 증거가 될 거라고!

나 : 하지만...


히메를 증인으로 부르는 데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과연 그녀가 우리에게 협조적일 것인가.

이건 아키라도 료타도 걱정인 모양이었다.

게다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101 :1 :2007/12/18(火) 20:38:00.59 ID:mk7yZ7Vf0



겨우 실마리를 얻었나 했는데, 또 침울해졌다.

거기서 아키라가 말했다.



아키라 : 내가 한번 찾아볼게. 형이랑 같이 졸업했으니까 졸업앨범 보면 전화번호 같은 게 나와 있겠지.

어떻게든 우리한테 필요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찾아낼게.



그렇게 히메는 아키라가 찾기로 했다. 

언제나 아키라한테는 신세만 지는 것 같아서,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료타 : 그러고보니 졸업앨범 말고 문집같은 거 없어?

아키라 : 문집은 왜?

료타 : 혹시 있으면 좀 가져다줄래? 거기에 누나가 중2병소설 같은 거 썼나 찾아보게. 

큰 증거는 못 되겠지만, 누나 심리를 흔들어볼 수는 있겠지. 하여튼 지금은 뭐든 필요한 상황이니까.

아키라 : 알았어. 찾아볼게.



그렇게 증거물 탐색 회의도 일단락되었다.



106 :1 :2007/12/18(火) 20:41:05.45 ID:mk7yZ7Vf0


그리고나서 나는 우리가 먹고 마신 것을 치우고 청소를 했다.

왠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번엔 정말 누나한테 이겨야 한다. 져서는 안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강하게 먹고 이번에는 반드시...! 를 속으로 되뇌일 무렵,


아키라 : 테츠야, 잠깐만.


아키라가 나를 불렀다.


아키라 : 히메 얘기 나오고, 그때 사진 찍었다는 얘기도 나와서 말인데...


이때 나는 적잖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키라 : 너, 벗을 수 있겠어?





132 :1 :2007/12/18(火) 20:54:19.56 ID:mk7yZ7Vf0


나는 처음에 모르는 척 하려 했지만, 아키라는 진지했다.


아키라 : 니 등에 있는 글자 말야. 밝히기 싫어하는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보여줄 수 없어?

나 : ......

료타 : 아키라... 그건 좀. 테츠야 싫어하는거 알면서.

아키라 : 그래도 히메가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보장도 없잖아. 우리가 찍으면 되는 거 아냐?



그렇다.

내 등에는.

소위 “봉인의 문장”이라는 게 있다.



누나에게는 최고의 걸작, 그리고 나에게는 최악의 상처다.






137 :1 :2007/12/18(火) 20:55:58.93 ID:mk7yZ7Vf0


누나는 내 등을 컴퍼스로 긁은 적이 있다.

아니, 파냈다고 하는 편이 맞다.

당연히 피가 나왔다. 그 전에 엄청나게 아팠다.



살을 찢고 갈라낸 다음 누나는 그 상처에 잉크를 부었다. 

그리고 잉크가 마를 때까지 나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누나는 그걸 ‘봉인의 문장’이라고 불렀다.



집에 돌아온 후 얼른 씻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상처가 아물어갈수록 흉터가 되었고, 피부는 착색돼서 퍼렇게 변했다.


그 상처는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결국 난 등에 “罪” 라는 글자가 몇 개나 새겨진 인간이 됐다.



이때 히메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누나와 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후 누나랑 히메도 날 보고 성공적이라면서, 자기들의 몸에 같은 짓을 했다.

하지만 내게 새긴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작았기에, 누나와 히메의 상처는 얼마 후 사라졌다.






151 :1 :2007/12/18(火) 21:00:24.17 ID:mk7yZ7Vf0


인증샷은 못해. 

보여줄 수도 없고, 아마 보고 싶지도 않을 거야.

미안하지만 정말 이것만은 안돼. 이 이야기를 여기에 쓰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했어. 

한심하다고 놀려도 좋아.





나 : 미안. 전에 한번 보여줬잖아.

아키라 : ...

나 : 난 분명히 그때가 마지막이라고 했어.

아키라 : ...미안하다. 테츠야. 날 한 대 때려라.



나는 단지 “무슨 소리야ㅋㅋㅋ” 하면서 어깨를 한 대 툭 쳐줬다.

그런데 어쩐지 눈물이 나와서, 울 것 같았다.

겨우 참았지만.



료타 : 지금 찍는다고 해도, 객관적 관점에서 ‘누나가 했다’는 증거는 못 되니까 포기하자.

아키라 : ...알았어.



료타랑 아키라한테 다시 한 번 고마워했다.





158 :1 :2007/12/18(火) 21:02:12.74 ID:mk7yZ7Vf0


여기까지가 후일담이야.

서론이 길어서 미안.

여기서부터는 오늘 일어난 사건을 이야기할게.






162 :1 :2007/12/18(火) 21:06:14.27 ID:mk7yZ7Vf0


오늘 새벽, 아키라한테서 문자가 왔다.


아키라 : 히메 발견. 

문자 때문에 깨서 꽤 졸렸지만, 

이 문자를 보는 순간 잠이 싹 달아났다.





165 :1 :2007/12/18(火) 21:07:57.71 ID:mk7yZ7Vf0


나는 바로 전화를 했다.



나 : 여보세요.

아키라 : 어때?

나 : 잘했어. 너야말로 최고다.

아키라 : 집전화도, 주소도 알아냈고 핸드폰번호도 알아냈어.

나 : 다시 한번 말할게, 넌 최고야! 지금 올 수 있어?

아키라 : 그럴려고 했어. 바로 갈게.



아키라가 올 때까지 잠깐 자두는 게 좋겠다 싶었지만, 잠이 안 와서 그냥 일어났다.









172 :1 :2007/12/18(火) 21:10:29.12 ID:mk7yZ7Vf0


여자친구에 대해 물어본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몇번 여자친구를 사귀긴 했지만, 모두 등에 있는 글자 때문에 헤어졌어.

아무리 주의를 해서 숨겨도 언젠가는 들키더라.

모두 기분나쁘다는 한마디랑 함께 말도 없이 연락을 끊었다.





180 :1 :2007/12/18(火) 21:13:12.85 ID:mk7yZ7Vf0


그리고 집에 온 아키라와 잠깐동안 이야기.

아키라는, ‘하루 날 잡고 죽어라 찾았을 뿐이다’ 하고 말했다.

하지만 아마 그때까지 내내 뛰어다니며 찾아다녔던 모양이다.

내가 걱정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 이상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으니까.

다만, 한번 물꼬가 트이니 그 다음부터는 막힐 게 없었다고 자랑하듯이 말했다.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음.


참고로 료타는 아키라한테 받은 학생문집을 뒤지고 있는 중.

그리고 누나와 히메의 옛날 블로그 같은 곳도 조사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특별한 연락은 없어.





189 :1 :2007/12/18(火) 21:16:44.21 ID:mk7yZ7Vf0


난 그 동안 특별히 움직인 건 없어.

다만 누나를 자극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매형이랑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엄마한테 부탁을 드릴지에 대해 고민해 봤지만, 아직도 결정을 못내렸어.

엄마는 누나랑 가까이 있으니까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야. 어려운 문제다.







198 :1 :2007/12/18(火) 21:20:34.02 ID:mk7yZ7Vf0


아키라랑 함께 아침을 먹은 다음, 히메의 핸드폰번호를 넘겨받았다.

집전화나 주소는 아직 필요없었다. 일단은 전화가 먼저다.



아키라 : 지금은 회사 다니고 있대. 

나 : 그래? 

아키라 : 그러니까 이따가 점심때 쯤에 걸어보자. 마음의 준비도 좀 하고.

나 : 뭐가 마음의 준비냐ㅋㅋㅋ



그리고 아키라는 보이스레코더를 꺼냈다.



아키라 : 혹시 모르니까 이것도 쓰자.



아키라는 역시 준비성이 좋았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둘이서 괴혼을 했다.



아키라 : 히메 말인데, 동인녀가 됐대.

나 : 정말?

아키라 : 미안. 뻥이야ㅋㅋㅋ 나도 잘 몰라.

나 : 뭐야ㅋㅋㅋ

아키라 : 근데 진짜 그럴 것 같지 않냐?ㅋㅋ

나 : 응.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어버렸어ㅋㅋ


그런 농담을 주고받으며, 점심때까지 기다렸다.





212 :1 :2007/12/18(火) 21:23:33.59 ID:mk7yZ7Vf0


그리고 점심때가 되었다. 


나 : 그런데, 전화를 해서 뭐라고 하면 되지?

아키라 : 긴장하지 마. 일단 한번 전화 걸어보는 것뿐이야.

자연스럽게 오랜만에 만난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를 해보자.



아키라 말대로 일단 자연스럽게 나가보기로 했다.


전화를 걸자, 컬러링이 들렸다.

잠시 후, 히메가 전화를 받았다.


히메 : 여보세요?

나 : 안녕하세요. 






226 :1 :2007/12/18(火) 21:28:13.88 ID:mk7yZ7Vf0


히메 : ...안녕하세요. 누구시죠?

나 : 오랜만이네요. 저 테츠야예요.

히메 : 테츠야?

나 : 기억 안나세요? 진홍의 무녀라고...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








234 :1 :2007/12/18(火) 21:29:54.88 ID:mk7yZ7Vf0


아키라 : 뭐야?

나 : 갑자기 끊었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신호음이 훨씬 오래 갔다. 이대로 받지 않는 건가 하는 순간...

히메가 받았다.



나 : ...여보세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대답하는 히메.





히메 : ...여보세요.

나 : 예. 저 테츠야예요. 기억나시죠?

히메 : 응...







잠시 후, 수화기 너머로 히메가 외치다시피 말했다.



히메 : 테츠야, 미안해!







250 :1 :2007/12/18(火) 21:32:27.84 ID:mk7yZ7Vf0


나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하지만 모르는 척 했다.



나 : 미안하다뇨?

히메 : 옛날에... 네 누나랑 같이 널 놀리고, 때리고, 괴롭혔던 일... 모두 미안해!

늦었을지도 모르고, 내 사과를 받아줄지도 모르지만... 정말 미안해.



히메는 정말 미안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누나와는 정반대 반응 때문이었을까? 히메에 대한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나 :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젠 신경쓰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히메 : 미안해. 일부러 피한 건 아니지만, 사과할 시기를 놓친 것도 사실이니까...

네가 먼저 전화를 걸 줄은 몰랐어. 정말 놀랐어.

혹시 바쁘지 않으면 만날래? 이렇게 전화로 사과하는 것도 뭣하니까...



히메는 확실하게 누나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267 :1 :2007/12/18(火) 21:35:33.25 ID:mk7yZ7Vf0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고는 했지만, 

히메의 목소리를 듣다가 울컥해서 화를 내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히메의 사과를 듣자, 그런 걱정은 저절로 사라졌다.



난 계속 말했다. 



나 : 정말 괜찮으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히메 : 하지만...

나 : 그리고 그 일로 전화드린 것도 아니구요.

히메 : 응?

나 : 이번에 우리 누나 결혼하거든요.

히메 : 어머? 웬일이니, 그게 진짜야? 정말 축하해!!





누나는 결혼식에 히메도 부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히메는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누나한테 초대받았을 리가 없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280 :1 :2007/12/18(火) 21:38:23.56 ID:mk7yZ7Vf0


나 : 어라? 

히메 : 왜?

나 : 모르고 계셨나요? 

히메 : 응... 처음 듣는데. 누나랑 연락 끊은지 오래 됐거든.



나는 잠시 침묵했다.

꽤 놀라웠다. 아예 연락을 끊고 있었다니...

그럼 초대를 못 받은 것도 당연했다.



히메 : ? 왜그러니?

나 : 저, 그게...







여기서 확실하게 확인해둬야 했다.







288 :1 :2007/12/18(火) 21:40:45.20 ID:mk7yZ7Vf0

나 : 누나가 분명 불렀을 텐데... 청첩장 못 받으셨어요?

히메 : 청첩장? 응. 못 받았는데.

나 : 이상하다. 누나가 분명히 불렀다고 했거든요.

히메 : ......정말?



대충 누나와 히메 사이의 관계는 이해했다.

잘하면 히메를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겠다고 판단한 나는, 살짝 연기에 들어갔다.



걸려라!





나 : 그런데 연락도 안 하고 지내셨다니 이상하네요. 

히메 : ...응.

나 : 착각은... 아니시죠?

히메 : 착각 아냐!!

나 : 아, 그렇군요... 역시나, 어쩐지...

히메 : 왜? 뭐가 어쩐지야? 

나 : 아뇨. 아무것도... 

히메 : 뭔데? 말해봐! 신경쓰이잖아. 

나 : 정말 별거 아니에요.

히메 : 왜? 누나가 뭐라고 했어?







걸려들었다.










310 :1 :2007/12/18(火) 21:47:55.37 ID:mk7yZ7Vf0


나는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


나 : 실은, 누나랑 사이가 나빠지신 거, 어느 정도 감 잡고 있었어요.
히메 : ...왜?

나 : 어린 시절 저를 괴롭힌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히메 : ......

나 : 그때 누나는 제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더 나쁜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했죠.


히메는 적잖이 놀라는 것 같았다. 


히메 : 그게 나라고 말했어?

나 : ...네. 자기는 그저 시킨대로 했을 뿐이라고.


히메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우는 건가?

잠시 동안 무슨 말을 하려고 계속 버벅대더니,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했다.







히메 : 테츠야... 그땐 미안했어. 정말 미안해. 하지만 그 얘긴...

나 : 알아요. 






나는 끝내기에 들어갔다.






나 : 거짓말이란 거 알아요. 우리 누나는 제가 훨씬 어렸을 때부터 그랬는걸요. 

다른 사람이 시켜서 그랬다니 말이 안되잖아요.

히메 : ...테츠야, 고마워!









뭐가 고맙다는 건지는 잘 몰랐다.

이걸로 히메가 우리에게 조금은 호감을 가지게 됐을까?

히메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잠시 동안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히메 : 너희 누나가 그런 식으로 말했다니...



잘 들어보니 흐느끼는 소리였다.









316 :1 :2007/12/18(火) 21:49:13.32 ID:mk7yZ7Vf0


우는 여자를 앞에 두게 되니, 불쌍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은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나 : ...저기, 옛날 일을 이야기하다보니까 갑자기 떠오른 건데요.

히메 : 아...! 응. 뭔데?

나 : 기억하세요? 제 등에 새긴 글자...

히메 : !



히메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 : 그 때 사진 찍으셨잖아요. 아직도 가지고 계신가요?

히메 : ...아직 가지고 있어.

나 : 그럼, 실례지만 제가 받을 수 없을까요? 

역시 다른 사람한테 그런 사진이 있다는 건 제게 있어서 좀...


히메 : ...그래. 그렇구나.


가지고 있다니 다행이었다

하지만 과연 받을 수 있을까?





나 : 그 밖에 다른 사진도 가지고 계신다면 전부...
히메 : 알았어. 다 줄게...







......!!!!!!!!











346 :1 :2007/12/18(火) 21:53:15.77 ID:mk7yZ7Vf0


생각지도 못한 성과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나 : 저, 정말인가요?

히메 : 가져가서 없애버릴 생각이지?

나 : ...그렇죠. 고이 간직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지금 당장은 쓸 곳이 있지만.


히메 : 그래. 난 너한테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야. 

네 부탁이라면 들어줄게. 나도 왜 여태껏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 : 정말 고맙습니다.



히메 : 아니야. 다시 말하지만 정말 미안해. 테츠야 말이라면 다 들어줄게.

나한테 무조건 명령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게.




나 : ...네.





확신했다. 히메는 이제 아군이 됐다.

나는 아키라에게 엄지손가락을 보여주었다.

 

[출처: http://ansdy92.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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